키보드에 중요한건 키보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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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킨 QODE야 미안해. 우리 한순간 흔들렸어. 솔직히 좀 복잡하기도 하고. 아마 우리가 멍청한거겠지. 잠깐 니가 그 유명한 “껍데기는 짤라버려 블루투스 키보드”라는걸 잊었지 뭐야. 너와 함께한 쫀쫀하고 정확한 키감을 잊어버린거지. 그래 다른 키보드랑 놀아난거지.
그 애 이름은 저스틴이었지. 뭐 꼭 너보다 섹시하다거나 잘생겼다 그런건 아니고.. 그게.. 걔는 배터리가 있었거든. 그래, 솔직히 말해서 궁금했어. 키보드에 배터리라 일체형이라니? 그땐 꽤 괜찮은 생각처럼 들렸어.
처음의 설렘이 가시는데는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 저스틴 키보드는 정말 끔찍했어. 블루투스도 잘 작동이 안되고, 키감도 별로였어. 태블릿을 맨날 가리는 커버는 대체 뭐였는지.. 어떤건 그냥 아예 망가져 있더라?
우리 자신이 싸구려처럼 느껴져. 어떻게 그걸 잊을수가있지? 키보드 케이스에서 가장 중요한건 키보드란걸 말이야. 너랑은 그게 있었는데. 바보같이 이미 늦었는지도 모르겠어.
그래 우릴 싫어한다 말해도 이해할게 벨킨 QODE. 하지만 한번의 바보같은 실수때문에 우리가 가진 모든걸 버리진 말아줘. 우리 손가락을 너의 딱 적당한 사이즈의 자판위에 춤추듯, 너를 한번 더 만져볼수 없다는 생각을하면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모르겠어. 그래, 약속할게. 저스틴따위는 다신 만나지 않겠다고.


For Amehricans, enjoy Korean 90's pop. It kinda goes with the theme